2025 이재명 정부 덮친 ‘환단고기’, 국가 정체성 흔들다
1. 포스트-진실(Post-Truth) 시대의 국정과 역사
2025년 12월,
대한민국은 유례없는
‘역사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제21대 대통령으로 취임한 이재명 대통령이
정부 업무보고 자리에서
강단사학계가 위서(僞書)로 규정해 온
『환단고기(桓檀古記)』를 직접 거론하며,
이를 둘러싼 논쟁을 국정의 전면에 부상시켰기 때문이다.
이 사건은
표면적으로는 대통령의
개인적인 역사적 호기심이나 말실수처럼 보일 수 있으나,
심층적으로 분석해보면
대한민국 사회 내부에 잠재되어 있던
엘리트주의와 포퓰리즘의 충돌,
식민사관 극복을 둘러싼 방법론의 갈등,
그리고 보수와 진보 진영이
역사를 정치적 자산으로 동원하는 메커니즘이
복합적으로 폭발한 상징적 사건이다.
본 내용은 2025년 12월 12일 발생한
‘이재명-박지향 설전’을 기점으로,
한국 사회의 역사 인식이
어떻게 분열되고 있으며,
정치 권력이 학문적 영역에 개입할 때
발생하는 파장이 무엇인지를
방대한 자료와 맥락 분석을 통해
규명하고자 한다.
특히 『환단고기』라는 텍스트가 가진 폭발력의 실체와
그것이 21세기 대한민국 정치 지형에서
소비되는 방식을 정밀하게 추적함으로써,
현재 한국 사회가 직면한 위기를 진단한다.
이 글은
사건의 사실관계를 재구성하는 팩트체크를 넘어,
이면에 숨겨진 ‘뉴라이트’ 논쟁,
민족주의적 열망의 정치적 도구화,
그리고 이에 따른 외교적·사회적 리스크를 총체적으로 조망한다.
2. 사건의 재구성: 2025년 12월 12일, 충돌의 현장

2.1. 발언의 배경과 전개
2025년 12월 12일,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는
교육부, 국가교육위원회, 법제처 등 사회 분야 부처의 대통령 업무보고가 진행되었다.
이 자리는 이재명 정부 출범 6개월을 맞아
국정 철학을 공유하고
각 부처의 혁신 과제를 점검하는
통상적인 행정 절차였다.
그러나
동북아역사재단의 보고 순서에서
상황은 급변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박지향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에게 직접 마이크를 넘기며,
예정에 없던 고강도 질의를 시작했다.
당시 대화의 맥락을 분석하면,
대통령은 단순한 업무 현황 파악을 넘어
재단의 역사 인식 기조 자체를
문제 삼으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 발언자 | 주요 발언 내용 | 발언의 함의 및 분석 |
| 이재명 대통령 | “동북아역사재단은 역사 문화 왜곡에 대응하는 조직이죠… 그런데 이 역사 교육과 관련해서 이른바 ‘환빠’ 논쟁이 있잖아요?“ | ‘환빠’라는 인터넷 은어를 공식 석상에서 사용함으로써, 제도권 밖의 대중적·감정적 역사 소비층을 대변하는 포지션을 취함. |
| 이재명 대통령 | “그 환단고기를 주장하고 연구하는 사람들을 비하해서 ‘환빠’라고 부르잖아요. 음, 그런데는 아예 동북아역사재단은 특별히 관심이 없었던, 없는 모양이군요?” | 재단이 강단사학의 엘리트주의에 갇혀 대중의 역사적 열망(비록 그것이 유사역사학이라 할지라도)을 무시하고 있다는 프레임을 설정. |
| 박지향 이사장 | “저희는 그분들(재야사학자)보다는 전문 연구자들의 이론과 주장이 훨씬 더 설득력이 있다고 판단합니다. 따라서 저희로서는 전문 연구자들의 의견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습니다.” | 역사학의 전문성과 실증주의 원칙을 강조하며, 비학문적 주장에 대한 타협 불가 입장을 고수. 이는 ‘전문가 권위’를 내세운 방어 논리임. |
| 이재명 대통령 | “결국 증거가 없는 건 역사가 아니라는 입장이신가요?… 그럼 환단고기는 문헌이 아닌가요?” | ‘증거(실증)’ 중심의 역사학 방법론 자체에 대한 회의를 제기하며, 『환단고기』를 ‘문헌(Text)’의 지위로 격상시키려는 시도. |
| 박지향 이사장 | “모든 역사 기록이 다 사실을 기록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 『환단고기』가 물리적 실체를 가진 책일 수는 있으나, 역사적 사실(Fact)을 담은 사료(Source)로서의 가치는 없음을 우회적으로, 그러나 단호하게 표현. |
2.2. 발언의 3대 핵심 쟁점 심층 분석
이 짧은 설전은
한국 사회의 지적 풍토를 뒤흔드는
세 가지 거대한 쟁점을 내포하고 있다.
2.2.1. ‘환빠’라는 기표와 대중 추수주의
대통령이 사용한 ‘환빠’라는 단어는
『환단고기』를 맹신하는 사람들을 비하하는 인터넷 용어다.
국정 최고 책임자가
공식적인 업무보고 자리에서
이러한 비속어를 사용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이는 두 가지로 해석될 수 있다.
첫째, 대통령이 인터넷 커뮤니티 중심의
여론 형성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그들의 언어를 사용하여
정서적 유대감을 형성하려 했다는 점이다.
둘째, ‘비하받는 집단’을 옹호하는
제스처를 취함으로써,
기득권(강단사학, 보수 학계)에 대항하는
‘약자 대변’의 이미지를
역사 영역까지 확장하려 했다는 정치적 계산이다.
2.2.2. 문헌(Document) 대 사료(Source)의 인식론적 충돌

“환단고기는 문헌이 아닌가요?”라는
대통령의 질문은
역사학의 기초를 흔드는 인식론적 도발이다.
역사학에서 모든 글자가 적힌 종이가
‘사료’가 되는 것은 아니다.
사료는 비판을 통해
당대성, 진실성, 저자의 신뢰도가 검증되어야
비로소 역사의 재료가 된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존재하는 책(문헌)’이라면
마땅히 연구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논리로,
학계의 검증 시스템을
‘증거 지상주의’나
‘배타적 태도’로 몰아붙였다.
이는 팩트보다
내러티브를 중시하는
탈진실 시대의 징후를 보여준다.
2.2.3. 인사 검증을 가장한 사상 검증
이 질의의 수신자가
박지향 이사장이라는 점은
이 사건의 본질이
순수한 역사 논쟁이 아님을 시사한다.
박 이사장은
윤석열 정부에서 임명된 인사로,
진보 진영으로부터 ‘뉴라이트’,
‘식민지 근대화론자’라는 공격을 받아왔다.
대통령의 질문은
“당신은 우리 민족의 위대함을 서술한
『환단고기』를 부정하는가?”라는
사상 검증의 성격을 띠고 있으며,
이를 통해 전 정권 인사의 역사관을
‘반민족적’인 것으로 낙인찍어
사퇴를 압박하려는
정치적 고도의 전략이 깔려 있다고 볼 수 있다.
3. 『환단고기(桓檀古記)』의 해부: 텍스트의 실체와 위서 논쟁
이재명 대통령이
‘문헌’으로서의 가치를 질문한
『환단고기』는 과연 어떤 책인가?
이 책은 한국 사회에서
단순한 서적 이상의 종교적, 정치적 의미를 지닌다.
이 장에서는 『환단고기』의 내용과 구조,
그리고 학계가 이를 위서로 판정하는
결정적 근거들을 상세히 분석한다.
3.1. 서지적 구조와 전승 과정의 미스터리
『환단고기』는 1911년 계연수(桂延壽)가
삼성기, 단군세기, 북부여기, 태백일사 등
4권의 고서를 묶어 편찬했다고 주장된다.
그러나 이 책이 세상에 빛을 본 것은
1979년 이유립(李裕岦)이
영인본을 출간하면서부터다.
1911년부터 1979년까지
약 70년의 공백기 동안
이 책의 원본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으며,
원본은 유실되었다고 주장된다.
이러한 ‘원본 부재’는 사료로서의 가치를
근본적으로 훼손하는 첫 번째 요인이다.
| 구성 서적 | 저자 (주장) | 주요 내용 및 특징 |
| 삼성기(三聖紀) | 안함로 / 원동중 | 인류의 시원 국가인 ‘환국(桓國)’과 배달국의 역사를 기술. 환국이 7대 환인에 의해 3,301년(혹은 63,182년)간 존속했다고 주장. |
| 단군세기(檀君世紀) | 행촌 이암 | 고조선이 단일 왕조가 아니라 47명의 단군에 의해 2,096년간 통치된 구체적 국가였다고 서술. 각 단군의 재위 기간과 치적을 연대기순으로 나열. |
| 북부여기(北夫餘紀) | 범장 | 해모수의 북부여 건국과 고구려의 기원을 다룸. |
| 태백일사(太白逸史) | 이맥 | 환국, 배달국, 삼한, 고려 등의 역사를 포괄적으로 다루며, 천부경(天符經) 등의 사상적 배경을 서술. |
3.2. 『환단고기』가 그려내는 환상의 제국
『환단고기』가 대중,
특히 민족주의 성향의 독자들을
매료시키는 핵심은
‘광활한 영토’와 ‘장구한 역사’에 있다.
- 환국(桓國)의 영토: 『환단고기』는 기원전 7197년경 건국된 환국이 “남북 5만 리, 동서 2만 리”의 영토를 가졌다고 주장한다.
1리(里)를 약 400m로 환산할 경우,
남북 5만 리는 20,000km에 달한다.
지구의 둘레가 약 40,000km이고,
북극에서 남극까지의 거리가 약 20,000km임을 감안하면,
이는 유라시아 대륙을 넘어 지구 전체를 포괄하거나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범위를 의미한다. - 수메르 문명 기원설: 환국의 12개 연방국 중 하나인
‘수밀이국(須密爾國)’이 서양의 수메르 문명(Sumer)이 되었다는 주장은
『환단고기』의 대표적인 견해다.
이는 세계 4대 문명의 뿌리가 한민족에 있다는
국수주의적 해석의 근거로 활용된다. - 47대 단군: 기존 역사서인 『삼국유사』가 단군을
신화적 시조로 묘사한 것과 달리, 『환단고기』는
제1대 단군왕검부터
제47대 고열가 단군까지의 계보를 완벽하게 제시한다.
예컨대 제22대 색불루 단군,
제21대 소태 단군 등
구체적인 이름과 재위 기간을 명시함으로써,
고조선이 로마 제국이나 중국의
왕조들처럼 체계적인 국가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다고 주장한다.
3.3. 학계의 검증: 왜 명백한 위서(僞書)인가?
이재명 대통령은
“증거가 없으면 역사가 아니냐”고 물었지만,
학계는 “반증이 너무 많아 역사가 될 수 없다”고 답한다.
강단사학계뿐만 아니라 고문헌 학자들은
『환단고기』가 20세기에 창작된 위서임을
증명하는 다수의 결정적 증거를 확보하고 있다.
3.3.1. 언어학적 아나크로니즘(Anachronism)
가장 치명적인 증거는 근대 용어의 사용이다.
1911년 계연수가 엮었다는 이 책에는 20세기 초,
혹은 그 이후에야 정착된 번역어들이 다수 등장한다.
- 근대 개념어: ‘국가(國家)’, ‘인류(人類)’, ‘세계(世界)’, ‘사회(社會)’, ‘산업(産業)’ 등은
메이지 유신 이후 일본에서 서구 개념을 번역하며 만든 한자어이거나,
근대적 의미로 재정의된 단어들이다.
고대나 고려 시대의 문헌에 이런 단어가 등장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 사상적 용어: ‘남녀평권(男女平權)’, ‘부권(父權)’과 같은 용어는
근대 페미니즘이나 사회학적 논의가 도입된 이후의 개념이다.
고조선 시대나 고려 시대의 사서에 남녀평등권이라는 단어가 등장하는 것은 명백한 시대착오다.
3.3.2. 지명과 역사의 모순
- 영고탑(寧古塔): 청나라의 발상지와 관련된 지명인 영고탑은
청나라 건국 이후에야 널리 쓰인 지명이다. 그러나 『환단고기』는
이를 수천 년 전의 지명으로 태연하게 사용한다. - 신채호의 오류 답습: 독립운동가 신채호가 1920~30년대 집필 과정에서
착오로 잘못 기술한 연대기나 사실 관계가 『환단고기』에 그대로 반복되어 나타난다.
이는 『환단고기』의 저자가 신채호의 저술을 참고하여
20세기 중반 이후에 책을 썼음을 강력하게 시사한다.
3.3.3. 천문 관측 기록의 허구성
일부 지지자들은 『환단고기』에 기록된
‘오성취루(五星聚婁, 다섯 행성이 루 별자리에 모임)’ 현상을 들어
과학적 진실성을 주장한다. 그러나 서울대 천문학과 박창범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이는 후대에 계산을 통해 역산(back-calculation)하여
삽입할 수 있는 데이터이며, 오히려 다른 천문 기록들의 불일치가 더 많다는 점이 지적되었다.
또한, 1911년 이전에 쓰였다는 증거가 없는 상태에서
현대 천문학 지식을 이용해 1979년에
끼워 넣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4. ‘뉴라이트’ 전쟁의 최전선: 박지향 이사장과 역사관 검증
이재명 대통령의 공격이
단순히 『환단고기』의 진위를
가리기 위함이 아니라는 점은 명확하다.
그 칼끝은 박지향 이사장으로 대표되는
‘보수적 역사관’, 야권이 ‘뉴라이트’라 부르는 세력을 향해 있다.
4.1. 박지향 이사장의 학문적 배경과 성향
박지향 이사장은 서울대 서양사학과 교수 출신으로,
영국사(British History)를 전공한 정통 사학자다.
그녀의 학문적 배경은 실증주의와
서구적 근대화 모델에 기반하고 있다.
이는 민족주의적 감수성을 중시하는
한국의 주류 진보 사학과는 결을 달리한다.
그녀가 논란의 중심에 선 이유는
‘식민지 근대화론’에 동조한다는 의혹 때문이다.
식민지 근대화론은 일제 강점기를 수탈과 억압의 시기로만 보지 않고,
경제 성장, 인프라 구축,
근대적 제도 도입 등 ‘개발’의 측면을
객관적 지표로 분석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는 민족 감정을 배제하고 수치와 통계(GDP, 철도 연장, 문해율 등)를
중시하는 학문적 태도이나,
대중 정서상으로는 “일제 지배를 미화한다”는
거센 비판을 받아왔다.
4.2. 논란이 된 발언들과 진보 진영의 공세
민주당과 이재명 정부는
박 이사장의 과거 발언들을 문제 삼아
끊임없이 사퇴를 요구해왔다.
이번 『환단고기』 발언도
이러한 축적된 갈등의 연장선에 있다.
- 국민 수준 비하 발언: 박 이사장은 과거 “2023년 한국 국민 수준은
1940년대 영국보다 못하다”고 발언하거나,
“세월호, 이태원 참사 등이 터지면 정부 탓만 하는
정신 상태로는 선진국이 불가능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는 엘리트주의적 시각에서 한국 사회의 시민 의식을 폄하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 식민지 근대화론 관련: 그녀는 “일제 식민 지배가 대한민국의 근대화를
도왔다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국회 답변서에서 해명했으나,
학문적으로는 『해방 전후사의 재인식』 등의 저술 활동과
맥을 같이하는 뉴라이트 학자들과 교류해왔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 친일파 규정의 신중론: 친일인명사전의 친일파 규정에 대해
“공과(功過)를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취했다.
이는 김구보다는 이승만, 박정희의 건국 및 산업화 공로를
높이 평가하는 보수 역사관의 전형이다.
김준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통령의 질문은 환단고기라는 책을 향한 것이 아니라,
왜곡된 역사 인식을 가진
국가 기관장의 책임 의식을 향한 것”이라고 규정하며,
이번 사태를 ‘역사관 전쟁’으로 프레이밍했다.
5. 2025년 정치 지형과 역사 포퓰리즘의 메커니즘
이재명 대통령의 행보는
2025년이라는 시점의 정치적 역학 관계 속에서 이해해야 한다.
윤석열 정부의 조기 종료와
보궐선거를 거쳐 집권한 이재명 정부는
국정 장악력을 높이고
지지층을 결집하기 위해 선명성 경쟁을 벌이고 있다.
5.1. 좌파 민족주의와 유사역사학의 기묘한 동거
통상적으로 국수주의는 극우의 전유물이지만,
한국에서는 독특하게도
진보 진영의 반일 민족주의와 결합하여
‘좌파 민족주의’ 형태를 띤다.
- 공동의 적: 강단사학계는 실증주의를 중시하기 때문에
민족주의적 과장을 배격한다.
이 과정에서 낙랑군의 위치를 평양으로 비정하거나,
고조선의 영토를 만주 일대로 한정하는 등
대중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학설을 내놓는다.
‘환빠’들은 이를 “일제 식민사학의 잔재”라고 공격하고,
진보 진영은 이를 “친일 청산 미비”의 증거로 받아들인다.
이 지점에서 진보 정치권과 유사역사학 지지자들의 이해관계가 일치한다. - 이재명의 전략: 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백제, 호남이 한반도를 통합한 적이 없다”며
주류 역사관과 다른 인식을 보여주었다.
그는 엘리트 학자들의 ‘배운 역사’보다,
대중이 원하는 ‘가슴 뛰는 역사’를 선택함으로써
“국민의 자존심을 세우는 지도자” 이미지를 구축하려는
포퓰리즘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5.2. 야권의 반격: “반지의 제왕도 역사인가”
국민의힘과 개혁신당 등 야권은
이 사건을 대통령의 지적 능력과 합리성을
의심하게 만드는 호재로 활용했다.

- 이준석의 조롱: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환단고기가 역사라면 반지의 제왕도 역사”라며,
대통령의 발언을 지구 평면설이나 달 착륙 음모론과 같은 수준의
반지성주의로 격하시켰다. 이는 이재명 지지층의 ‘맹목성’을 부각하고,
중도층에게 대통령의 불안정성을 호소하는 전략이다. - 보수의 딜레마: 보수 진영은 전통적으로 민족주의를 강조해왔으나,
이번 사안에서는 ‘학문적 엄밀성’과 ‘전문가 존중’을 내세워 대통령을 공격했다.
나경원 의원이 “용감한 무식함”이라고 비판한 것은
보수가 지향하는 엘리트주의적 가치를 방어하려는 태도다.
6. 사회적·외교적 파장: 디지털 부족주의와 외교 리스크
6.1. 디지털 부족주의와 역사의 파편화
유튜브와 소셜 미디어는 『환단고기』와 같은
유사역사학이 확산되는 최적의 숙주다.
알고리즘은 사용자가 선호하는 ‘위대한 역사’ 콘텐츠만을
반복적으로 노출시켜 확증 편향을 강화한다.
“전 세계가 한국을 주목한다”,
“숨겨진 대제국의 역사”와 같은 썸네일은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며, 강단사학자들의 지루한 반박은 무시된다.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은 이러한 ‘유튜브 역사학’을
국정의 최고 레벨로 끌어올린 사건이다.
이는 학문적 권위가 무너지고,
대중의 ‘좋아요’가 진실을 결정하는
디지털 부족주의(Digital Tribalism)가
역사 인식에까지 침투했음을 보여준다.
6.2. 동북공정과의 역설적 충돌
가장 우려되는 지점은 외교적 파장이다.
『환단고기』가 주장하는 영토는 중국의 동북 3성뿐만 아니라
중원 대륙 깊숙이,
심지어 중앙아시아까지 확장된다.
- 중국의 반발: 만약 대한민국 대통령이
『환단고기』를 옹호하는 듯한 태도를 공식화할 경우,
중국은 이를 “한국의 영토 팽창 야욕”으로 간주하고
동북공정을 더욱 강화할 명분을 얻게 된다.
“한국은 역사를 조작해 영토 분쟁을 일으키려는 국가”라는
프레임은 국제 사회에서
한국의 학문적 신뢰도를 치명적으로 훼손할 수 있다.
- 일본의 비웃음: 일본 우익 세력은 『환단고기』 논란을 보며
“한국인의 역사 인식은 판타지에 불과하다”며,
위안부나 강제징용 문제 등 실체적 진실에 기반한
한국의 요구조차 도매급으로 폄하할 가능성이 높다.
유사역사학의 득세는 결과적으로
일본의 역사 수정주의를 도와주는 자충수가 될 수 있다.
7. 역사는 정치가 될 수 있는가?
2025년 12월의 ‘환단고기’ 파동은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다.
이는 ① 학문적 진실과 정치적 올바름의 충돌,
② 전문가 집단의 권위 하락과 대중 포퓰리즘의 득세,
③ 식민지 트라우마를 극복하려는 뒤틀린 욕망이
복합적으로 얽힌 한국 사회의 구조적 위기를 드러낸다.
첫째, 『환단고기』는 위서다.
이는 타협할 수 없는 학문적 사실이다.
20세기 초의 민족적 위기 상황에서
민족혼을 고취하기 위해 창작된
문학적·종교적 텍스트로서의 가치는 인정할 수 있을지 모르나,
이를 21세기 국가의 정사(正史)로 인정하려는 시도는
국가의 지적 기반을 무너뜨리는 행위다.
둘째, 역사를 정치 투쟁의 도구로 삼는 것을 멈춰야 한다.
보수는 식민지 근대화론을 통해 산업화의 정당성을 확보하려 하고,
진보는 친일 청산과 민족주의를 통해 도덕적 우위를 점하려 한다.
이 과정에서 박지향 이사장과 같은 학자들은 사상 검증의 제물이 되고,
『환단고기』와 같은 위서가 정치적 무기로 소환된다.
대통령이 주도하여 특정 역사관을 강요하거나 배제하는 것은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운영 원리에 반한다.
셋째, 이재명 정부의 과제는 ‘위대한 판타지’가 아니라 ‘성숙한 리얼리즘’이다.
진정한 민족의 자긍심은
고대 영토를 5만 리로 부풀리는 데서 오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아픔과 부끄러움까지 직시하고
이를 통해 보편적 인권과 평화의 가치를 창출해내는 데서 온다.
대통령실이 해명했듯 “다양한 시각”을 존중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그 다양성이 거짓과 왜곡까지 포용하는 것이 되어서는 안 된다.
이번 사태는 한국 정치가 역사라는 민감한 영토에서
얼마나 위태로운 줄타기를 하고 있는지를 보여주었다.
박지향 이사장의 거취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 사회가 ‘듣고 싶은 역사’와
‘있는 그대로의 역사’를 구분할 수 있는 집단지성을 회복하는 일이다.
역사가 정치를 압도할 때,
그 사회는 과거에 갇혀 미래로 나아가지 못한다.
2025년의 대한민국이 새겨야 할 교훈은 바로 이것이다.
참고 자료 (Data Sources)
본 보고서는 다음의 출처를 바탕으로 작성되었다
namu.wiki이재명 환단고기 언급 논란 – 나무위키
ko.wikipedia.org대한민국 대통령 목록 – 위키백과,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
hankookilbo.com”반지의 제왕도 역사?”… 이 대통령 언급한 ‘환단고기’가 뭐길래 – 한국일보
m.hmhtimes.com사상 최초로 ‘환단고기’를 언급한 대통령, 역사 광복의 서막인가
v.daum.net역사학자 출신 민주당 김준혁, 대통령 ‘환단고기’ 논란에 “동북아재단 …
ihopenews.com뉴라이트 인사들, 요직 맡더니 ‘뉴라이트 아니다’ 부정 – 호남교육신문
namu.wiki환단고기 – 나무위키
namu.wiki환단고기 (r1675 판) – 나무위키
namu.wiki환국(환단고기) – 나무위키
skyedaily.com역사적 근거 실증된 47대(세) 2096년 ‘단군’ – 스카이데일리
ko.wikipedia.org환단고기 – 위키백과,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
pressian.com뉴라이트 성향 인사들 정부 요직 맡고 난 뒤 원칙도 소신도 ‘자기 부정’ – 프레시안
ko.wikipedia.org대한민국 제21대 대통령 선거 – 위키백과,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
chosun.com李 “환단고기, 역사를 보는 입장 차이”… 학계 “가짜 역사책 언급 황당”
yna.co.kr野, 李대통령 ‘환단고기’ 언급에 “개인 소신 역사 강요 안돼”
hankookilbo.com공개석상 ‘환단고기 발언’ 논란… 역사학계 “위서가 정설, 논쟁으로 재점화 부적절”
m.skyedaily.com이재명 대통령 ‘환단고기’ 언급 논란…대통령실 “동의·연구 지시 아냐” – 스카이데일리
newspost.kr”동의했다면 ‘환빠’라고 했겠나”…대통령실, 李 ‘환단고기’ 발언 해명 ‘진땀’ – 뉴스포스트
youtube.com[자막] 이재명 대통령, 환단고기 언급은 역사관 점검… 대통령실 ‘정상적 질의’ 설명
v.daum.net“단순 실수 아니라는 불길한 예감”…진중권, ‘환단고기’ 李대통령 직격 – Daum
hmhtimes.com환단고기, ‘위서론’이라는 견고한 착각을 데이터로 깨다 – 한韓문화타임즈
jibs.co.kr’환빠 논쟁’ 언급에 “동의는 아니었다”… 대통령실 해명 이후에도 남은 것 – JIBS제주방송
news1.kr박지향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 ‘뉴라이트’ 논란에 “동의 안 해” – 뉴스1
인천공항 ‘책갈피 달러’ 논란 완벽 정리, 보안 검색 대란 오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