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진 그룹 영어 토익반 후기, 100% 실화?(쿠키영상/결말)
개요
2021년 02월 07일 즐거운 주말의 마지막 밤, 나는 치킨을 시켰다. 역시 넷플릭스와 함께 오늘 하루를 마무리하는 즐거움을 만끽하기 위해서다. 넷플릭스를 켜기만 하면 메인에 추천 영화로 뜨는 ‘삼진 그룹 영어 토익반’은 액션, 스릴러, 누아르, SF 같은 장르를 좋아하는 나에겐 별로 보고 싶지 않았었다. 그러나 그날따라 느긋하게 긴장감 없는 조용한 영화를 보고 싶었던 나는 ‘삼진 그룹 영어 토익반’의 재생 버튼을 그대로 눌러 시청했다. 바삭한 치킨과 함께 배우 이솝 님의 연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첫 포스터의 이미지는 여자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메일로 스릴러(?), 혹은 학원 물 정도의 이야깃거리를 예상했다. 하지만 이 영화를 다 보고 난 뒤는 전혀 다른 여운을 느꼈고 많은 생각과 의문점으로 내 머릿속이 채워졌다.
90년대 직장인들의 생활상(사무실 드라마)
삼진 그룹 영어 토익반을 보는 내내 왜 드라마 ‘미생’이 떠오를까. 물론 시대적 배경이 다르지만, 직장인으로서의 생활상을 담은 것에서 공통점이 있다. 90년대는 나에게 흐릿한 추억만이 가득하다. 지금 나는 직장인으로 생활하고 있는데 선배들과 상사분들의 과거 업무에 관해 이야기를 들은 것과 비슷하게 영화에 묘사되어있다. 지금은 없는 사무실에서 담배를 피우던 직장 내 환경, 고래고래 소리 지르는 직장 상사, 하대당하는 여성 직원 등 모든 모습이 담겨있다. 특히, 고졸의 학력이지만 학교 내에서 1등을 하는 엘리트 여성 직원의 진급 기회를 박탈시키고, 임신하면 회사에서 잘리는 등의 90년대 여성 직장인 모습들을 자주 보여준다. 90년대에 직장 생활을 하진 않아서 실제로 그랬었는지는 모르지만, 나이가 많으신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어느 정도 일치하는 것 같다.
이는 실제로 여성들이 당했던 부조리함을 그대로 표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것으로 또 남녀를 양극으로 분열하는 나쁜 사람들의 잉여 행동은 이해가 가질 않는다. 사실에 입각한 내용으로 객관적인 시선을 가지려고 노력해야 한다. 나 자신도 말도 안 되는 주장을 펴는 ‘극성 페미니스트’를 싫어하지만, 남성 여성을 떠나 앞으로 성에 대한 인식이 발전하려면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고쳐야 할 것은 고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 과정이 문제일 뿐이다. 페놀사건으로 인해 회사에서 조사중인 검사, 사무실내에서 담배를 필 수 있었다.
또, X세대라고 불렸던 그때 당시의 신세대는 결국 지금의 ‘꼰대’소리를 듣는 늙은 사람들이 되어버렸다. 그래도 그들도 젊었을 땐 잘 나갔고 한때 한 시대를 주름잡던 ‘Main Generation’이었던 것이다. 시대가 흘러가면서 많은 것들이 바뀌는데 그것들이 좋은 쪽으로 가는 것인지, 안 좋은 쪽으로 가는 것인지 의심이 들 때가 있다. 허나 인간은 본능에 따라 편한 것, 도덕적인 것, 안전한 것 등의 긍정적이고 안정적으로 변화하려는 습성이 있다. 세대를 거듭한 인간의 제도적, 정치적, 사회적인 모든 진화는 반드시 먼 미래에서 크게 볼 때 좋은 쪽으로 변화할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삼진 그룹 영어 토익반이 시작할 때 ‘1990년대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영화를 제작했다’라는 내용이 나온다. 이는 1991년 두산 기업의 낙동강 페놀 유출 사건을 이야기하는 것이라 유추할 수 있다. 페놀 유출 사건은 구미 공업단지 내 두산 전자 공장에서 페놀액이 낙동강으로 방출된 사건이다. 당시 유출된 페놀이 상수도에 유입되면서 대구시민이 냄새가 난다고 신고를 했지만 상수 관리장에서는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지도 않고 다량의 염소를 투입하는 안타까운 결과로 발전한다. 페놀은 염소와 만나면 독성이 더 악화하고 강해져 수돗물은 더욱더 오염이 심각해지게 되었고, 페놀이 대구뿐만 아니라 부산까지 일파만파로 퍼지게 되었다. 결국 관계자들 모두는 징계를 받게 되고 두산 회장이 사퇴하는 등 많은 처벌이 있었지만 이미 유출된 페놀은 시민에게 고스란히 전달된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실제 일어난 두산 페놀 유출 사건과는 사실관계가 뚜렷하게 맞아떨어지지는 않는다. 실제 피해자는 대구광역시 부산광역시의 많은 시민이었지만 영화에서는 소수 시골 마을 사람들로 표현되고, 두산 회장이 사퇴하지만 영화에서는 그렇지 않으며, 두산 사건은 시민들에 의하여 알려지게 된 것이나 영화에서는 회사 내의 양심적인 내부고발자로 표현되었다. 영화에서 페놀 사건을 메인 주제로 했다. 영화 내용은 한 대기업이 페놀 유출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빌미로 해외 기업 헌터가 회사를 팔아넘기려는 내용이다. 그 과정에서 회사를 지키려는 스토리를 잘 풀어냈고, 결국은 회사를 지켜내 주인공들이 회사 내에서 인정받는 직원으로 승승장구하는 것으로 마무리가 된다. 그래서 이 영화는 그 시절을 살았던 분들에게 확실히 와 닿지 않을 부분이 될 수도 있다.
결론
결론적으로 내가 느낀 이 영화는 지금으로부터 30년 전, 즉 90년대 과거 우리가 지나왔던 부조리한 생활상, 여성 직장인들의 차별 등의 내용으로 현재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사회상에 대한 의문점을 던져놓은 영화이다. 우리는 과연 이전보다 더 나은 문화로 삶의 질을 상승시켜왔는가? 더 발전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 등의 의문이다. 영화 자체의 내용은 겉으로만 보기엔 깔끔하고 귀여우며 뉴트로 감성에 빠지기에 충분하지만 조금만 깊이 생각해보면 많은 생각을 할 수 있다.
Learn from yesterday, live for today, hope for tomorrow. The important thing is not to stop questioning. Curiosity has its own reason for existing. 과거에서 배우고 현재를 살며 미래에 희망을 가져라. 중요한 것은 결코 질문을 멈추지 않는 것이다. 호기심은 그것 자체만으로도 존재에 대한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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